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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oghim 2021. 10. 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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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 조승우

이츠학 | 이영미

슈크슈프(기타1) | 이준

크리츠토프(기타2) | 조상희

야첵(베이스) | 이한주

슈라트코(드럼) | 최기웅

미르코(키보드)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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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 커플이 뮤지컬 <헤드윅>의 티켓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목표는 '헤드윅' 역에 조승우(조드윅)와 주말 공연이었다. 엄청난 티켓팅 파워를 가지고 있는 조승우와 주말이라는 제약조건은 시도해 보지 않아도 그 난이도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였고, 실제로 티켓팅은 엄청난 경쟁률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 마지막 티켓 오픈 날, 친구의 여자친구가 극적으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단 한자리만... 덕분에 예정에도 없었던 조드윅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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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은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대기장소에 있는 사진 촬영 장소는 그동안 보아온 그 어느 공연보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굿즈도 마찬가지고. 관객은 대부분이 여자였고 혼자 온 사람들도 엄청 많이 보였다. 당연히 혼자 온 관객도 절대다수가 여자였다. 얼핏 보기에 혼자 온 남자는 나뿐인 것 같았다. 다른 뮤지컬도 다 비슷하긴 했던 것 같은데 헤드윅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조드윅의 인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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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성전환에 실패한 트랜스젠더 헤드윅과 헤드윅의 밴드 'The Angry Inch'의 공연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공연은 단 하루만 진행되는 특별 무대이고, 길 건너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가수 '토미 노시스'의 콘서트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헤드윅의 공연를 보러온 관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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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진행되는 특별 무대 때문인지, 맞은편에서 공연 중인 토미 때문인지, 이유야 어찌 됐든 헤드윅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공연을 진행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상처, 성전환 수술, 결혼과 이혼, 첫사랑 토미와의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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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은 어렸을 적 엄마가 해준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에 대한 이야기를 믿으며, 음악을 의지한채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반쪽을 찾아다녔다. 기구하고 슬프기도 한 삶 속에서 헤드윅은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희망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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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이 이야기는 기구한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이 첫사랑과 이별하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 사랑을 찾아왔고 결국 찾았지만, 그와 동시에 잃어버렸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음악마저 가져갔지만 원망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놓아주지 못했다. 짧지만 더없이 행복했던 추억 때문이리라.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토미의 사죄와 격려에 비로소 모든 걸 놓아주고 이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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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은 그 몰입감이 너무나 굉장했다. 헤드윅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라는 설정은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인 우리를 뮤지컬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리고 공연의 시작과 끝까지 거의 혼자 무대를 채우는 헤드윅은 조승우의 연기력과 만나 그 몰입감을 더했다. 덤으로 조드윅 무대는 흡사 비욘세를 보는듯했고, 아주 새로운 모습의 조승우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조승우님의 팬으로써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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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도 몇 가지 특이했던 점은 많은 애드립이 들어간다는 것과 그로 인해 러닝타임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 인터미션이 없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기립, 환호를 금지한다는 점이었다. 마지막 같은 경운 많은 단점으로 다가왔는데, 공연 중간중간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있을 것 같은 연출과 언급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도 모두 금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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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준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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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책을 넘겼어. "

 

- 뮤지컬, <헤드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