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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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생일이라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를 선물해 줬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걸 떠올리고 이렇게 선물해 주니 참 감사하다. 소위 장르문학이라고 부르는 판타지 소설이 아닌 정통(?) 문학 소설은 참 오랜만에 읽는다. 심지어 베르베르의 소설은 고등학교 때 읽은 <파피용> 이후로 처음이라 더 오랜 만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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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테러로 인한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파리가 배경이며 '바스테트'라는 이름의 고양이 시점으로 진행된다. 바스테트는 특이하게도 주변과의 교류를 원하며 항상 무언가와 대화하려고 한다. 자기의 집사인 나탈리부터 지나가는 쥐나 고양이, 사자 등 가리지 않고 말이다. 바스테트의 이러한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그러다 인간에 의해 많은 지식을 갖게 된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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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로부터 인간과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던 도중 파리를 둘러싸고 있던 팽팽한 긴장의 끈이 끊기면서 인간 세상에 큰 혼란이 찾아온다. 이 혼란의 시기를 헤처나가는 바스테트의 모험 활극(?)이 소설 <고양이>의 내용이라 볼 수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이 베르베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내가 인간이여서 그렇게 느끼는걸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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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다루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인 것 같다. 베르베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를 넘어 종족과 종족 사이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느낌이다. 이 소통의 부재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있다고 말이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친구끼리도 소통이 잘 안되는 요즘 아닌가. 사람은 자기 주관에 맞춰 멋대로 억측하고 멋대로 의미부여도 하니 더 문제다. 자기 생각을 말하고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고 연습이 필요한 건 듣는 것과 들으려고 노력하는 태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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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시점으로 보는 인간 사회는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다. 고양이 라면 정말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는 느낌 보다 인간의 입맛에 맞춘 고양이의 시선처럼 느껴졌다. 한국식 중국 음식인 짜장면 같은 느낌. 다만 한 번씩 돌아보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은 확실히 있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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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이유가 뭘까요? "
-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