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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oghim 2023. 1. 1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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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슬램덩크를 보고 농구를 정말 해보고 싶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농구대가 없어서 중학교 진학할 때 가장 기대했던 게 농구를 하는 것이였다. 그렇게 중학교부터 농구를 시작했고 고등학교때는 정말 열심히 했다. 다니던 교회에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더 그랬다. 수능 전날에도 농구를 했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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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슬램덩크를 꾸준히 재탕했다. 중고등학교 때의 나는 만화책을 다양하게 참 많이 봤는데 슬램덩크는 그중에서도 꾸준히 다시 보는 몇 안 되는 만화책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만큼 내게는 아주 특별한 만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만큼은 안 봤다. 슬램덩크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못 만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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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같은 이유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고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호평이었다. 슬램덩크를 모른다면 모르겠지만 본 사람이라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래서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관은 슬램덩크의 위상을 보여주듯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극장을 메우고 있었다. 혼자 보러 온 남녀, 친구들끼리 보러 온 2-30대 무리, 젊은 커플, 아이와 함께 온 아빠, 심지어 노부부도 있었다. 이렇듯 슬램덩크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 만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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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원작자이자 감독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정말 감사하다. 영화는 대놓고 팬들을 위한 영화였다. 원작의 마지막 경기인 산왕전을 다루고 있으니 말 다 했다. 특히 40분 동안 진행되는 경기 중간중간 인물들의 서사를 보여주면서 혹여 내용을 까먹었을 관객들을 배려하고, 나아가 주요 장면들의 감동을 극대화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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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송태섭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상대적으로 비중도 적고 원작에는 나오지 않았던 내용들이 다수 나와 좋았다. 특히 송태섭의 서사가 급조된 게 아니라 원작에서 생략된 내용이라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러한 내용을 원작에 담지 못해 송태섭에게 미안해하는 이노우에 작가의 마음이 상상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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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좋았던 점은 이게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만화책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만화책의 컷과 컷 사이의 미싱 링크를 보게 되니 각 인물들의 상황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풋내기인 강백호가 패스를 달라고 손짓하지만 받지 못하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연출은 정말 기깔났다. 앞쪽에서 락 베이스의 테마곡이 주야장천 나와서 더 극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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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시리즈화 기원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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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

 

-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