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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oghim 2018. 4. 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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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


취직을 한 누나가 생일 선물이라면서


엄빠와 보고 오라고 던져준 뮤지컬 티켓 3장.


표를 확인해보니


신도림역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빌리 엘리어트'였다.


오래전에 영화로 재밌게 봤던 작품이다.


자리는 2층에서 왼쪽 앞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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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뮤지컬에 들뜬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설 연휴이고, 꼬마 애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뮤지컬이여서 그런지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단위 관람객이 굉장히 많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혹시나 애들이 떠들어서


집중 못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리고 역시나 꼬마 애들 특유의 혼잣말? 리액션?이 


공연 중간 중간 계속 들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도 뮤지컬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


공연의 일부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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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쯤으로 되어 보이는 꼬마 애들의 연기, 노래 실력은


당연히 성인 배우들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그건 나의 뮤지컬 관람에 있어서 방해요소로 작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연 내내 느껴지는 그들의 노력과 재능에


눈이 부셨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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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넘어갈 무렵,


교회행사로 진행했던 뮤지컬이 생각난다.


대사도 거의 없는 단역에 불과했지만


당시 뮤지컬 배우가 되는 법에 대해 알아볼 정도로 즐거웠다.


그때 당시 내게 용기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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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때의 나보다 용기가 있는 아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토록 큰 무대와 많은 관객들 앞에서 당당하게 춤과 노래, 연기를 하고 있지만


많은 두려움과 떨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저 많은 아이들 중에서는 꿈을 위해 계속 활동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상황과 환경에 의해 포기하거나, 다른 꿈을 쫓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저 모습들이 좋은 추억이 되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데 큰 양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들이 맡은 역은 모두 달랐지만


모두가 빌리 엘리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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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미 끝났지만, 빌리는 아니야. "


- 영화, <빌리 엘리어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