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베트남/다낭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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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의 긴 비행 끝에 베트남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한 일은 환전을 하는 것이었다.
당장 택시비도 없었기에 공항 환전소를 이용해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공항 환전소를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방황하다가 일단 나가보자라는 생각으로 공항 밖으로 나갔다.
환전소는 공항 밖에 위치해 있었다.
환전소에 들어가기 전에 대충 환률을 알아보고 가장 한산해 보이는 환전소로 들어갔다.
환전 사기가 많다는 얘기에 다양한 상황별 대응을 구상하며 환전을 받았는데
다행스럽게도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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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도 무사히 했으니 다음은 택시를 잡아 숙소로 가야했다.
나는 준비성이 철저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랩 어플을 미리 설치해 갔다.
그런데 어플을 키는 순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알아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도로에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나는
산전, 수전, 시가전까지 섭렵한 택시 기사님들에게 먹음직스러운 먹이감이었다.
깜찍한 문신이 슬쩍 보이는 다부진 형님이 날 납치하다 싶이 택시로 끌고 갔고
나는 그 택시를 타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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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에서 키를 받고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푹신한 침대에 피곤한 몸을 누이니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불한 택시비가 뭔가 너무 비싼 것 같았다.
내가 숫자에 약한 공학 석사 출신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택시기사 형님은 0하나를 더 붙여서 택시비를 받아가셨다.
덕분에 나는 그랩 사용 법과 베트남동에 대한 감각을 마스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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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으러 갔다.
구글을 켜서 맛집을 찾던중 베트남 가정식을 파는 평점 높은 음식점을 찾았다.
숙소 주변에 있길래 천천히 거리를 구경하면서 걸어갔다.
도착한 곳에는 현지인들이 바글바글 했다.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기에 들어가기가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이런곳이 진정한 로컬 맛집이라는 생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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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는 점원이 셋 있었는데 내가 들어서자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는 다시금 로컬 맛집임을 체감했고
야외에 무심한듯 시크하게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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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보이는 점원이 메뉴판을 보여주면서
내가 베트남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는 어색하게 받아내며 메뉴판을 살펴봤고
내가 베트남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점원은
친구처럼 보이는 구원군을 보내 영어로 주문을 받았다.
구원군 형님 현란한 현지식 영어로 메뉴를 추천해주시길래 그걸로 시켰다.
음식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육류가 하나도 없었다.
쌀이 유명한 국가니까 마찬가지로 채소류가 유명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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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한 뒤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찬가지로 구글로 찾아보고 길을 나섰는데 가는 길에 식당 사진을 안 찍었다는 게 떠올랐다.
별로 많이 걷지 않았기 때문에 되돌아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식당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구글에서 찾은 식당과 간판이 달랐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구글링을 해보니,
내가 갔던 곳은 가려고 했던 곳의 바로 옆 가게였다.
그것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레스토랑이었다.
어쩐지 춘권에도 고기가 없더라니.....
원래 가려고 했던 음식점은 내일 가보자는 생각에 다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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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샵은 생긴지 얼마 안됐는지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주길래 먹었는데 생강차와 말린 생강이었다.
생강이 마사지 받기 전에 몸을 풀어주는 효과라도 있는걸까?
몸에 좋은 한약을 먹는 기분으로 꾹 참고 먹으려 했지만
한약을 싫어한다는 게 떠올라서 그만뒀다.
그렇게 한참을 생강 듀오와 눈싸움을 하다보니
점원이 와서 나를 탈의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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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따라서 옷을 갈아입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사지사가 가볍게 발을 씻겨 주셨는데
외간 여자가 발을 씻겨주는게 남사스럽기도 했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예수님이 생각나서 경건해지기도 했다.
엉거주춤 하게 앉아서 발로부터 느껴지는 간지러움을 참았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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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을 씻김 당하고 마사지실로 들어가서 약 90분간 마사지를 받았다.
중간쯤에 기절해서 잘 기억 안 나지만 좋았다.
일부러 조명을 어둡게 해서 수면을 유도하는 게 분명하다.
노근노근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까
망고와 예의 생강차를 후식으로 줬다.
그리고 나는 망고를 싫어한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만 골라서 마사지 전, 후로 배치시켜 놓다니...
마사지가 좋았으니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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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