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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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학원이 끝난 후.
영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나는 비틀즈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오랜 시간 묵혀뒀던 이어폰을 꺼내고 비틀즈의 어느 노래를 들을지 잠시 고민했다.
그렇게 선택한 곡은 I've got a feeling.
그것도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BECK> 버전으로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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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으로 향하는 길에 노래 선곡에 신경을 안 썼더니 아무 곡이나 재생이 됐다.
바꾸기 귀찮아서 그냥 들으면서 영화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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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영화는 별로였다.
이 시국에 광복절 기념으로 국뽕을 맞으러 갔다가 치사량으로 맞아버렸다.
대사의 70%는 유해진이 하고, 음향의 70%는 총소리와 포탄 소리, 내용의 70%는 추격하는 장면이었다.
비슷한 장면, 비슷한 소리, 과한 연출에 영화 시작 20분 만에 지쳐버렸다.
국뽕도 정도껏 해야지 왜 이렇게 과하게 쏟아부었을까.
적당했어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너무 과해서 불편할 정도였다.
영화 끝에 남는 건 유해진이 연기를 잘한다는 것과 민식이 형이 멋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의미를 부여하자면 봉오동 전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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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시간을 보기 위해 폰을 확인했는데 웬 욱일승천기가 보였다.
그렇다.
내가 영화관까지 듣고 온 노래는 J-POP이었고
우연치 않게 마지막으로 들은 노래의 앨범 커버에 욱일승천기가 있었다.
깜짝 놀라서 홀레벌떡 다시 넣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라멘집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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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니?"
-영화, <봉오동 전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