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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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놀란 형님의 신작이 나왔다.
거기다 주제가 시간 역행이라니!
가슴을 울리는 두 단어가 뭉쳤으니 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다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해
영화관 방문을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시국에 어떻게든 영업을 이어가야 하는 프랜차이즈는
방역을 목숨 걸고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방역이 철저할 것 같은 센트럴시티 메가박스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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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의 액션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법한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소재가
놀란 형님의 뛰어난 상상력과 만나 탄생한 역재생 액션!
저걸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전무후무할 것 같은 액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소 의아했던 점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이다.
본인이 가지지 못하면 파괴해버리겠다는 악당이나,
임무를 수행하다 여주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특수부대 출신 남주나,
남편(악당)에게 사로잡혀 모든 게 통제되는 삶을 사는 가족애가 아주아주 넘치는 여주나.
나는 이 세 캐릭터가 너무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테넷은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내용들을 과감히 생략 하면서 빠르게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각 인물들의 개연성들도 함께 생략되다 보니, 이렇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다.
유일하게 매력 넘치는 캐릭터는 남주를 시종일관 서포트 해주는 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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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의 과감한 스킵은 내용의 어려움을 증가시키는데도 많은 역할을 하는데,
영화 초반 이해하지 말고 느끼라는 말은 주인공에게 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소재는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생소한 연출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많은 설명들이 생략 되면서
빠른 템포로 장면전환과 내용이 진행되다 보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대놓고 이해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관객은 그냥 느껴야만 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내용을 이해해보기 위해 복기를 하는 내 모습이 마치
인버전을 하여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주인공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놀란 형님은 여기까지 의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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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새로운 시각의 액션 연출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지적 허영심을 한껏 자극한다는 점에서 아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다만, 다크나이트를 통해 놀란 형님에게 푹 빠지게 된 나로서는
인셉션부터 시작된 복잡한 내용의 영화가 아닌,
놀란 형님의 연출이 가미된 묵직하고 담담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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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가 우리의 무기야 "
- 영화, <테넷>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