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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O O K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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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무슨 책을 읽을까 살펴보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시선이 갔고, 사진으로 바라본 인문학은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문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사진이 담고 있는 내용과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을 때의 마음가짐을 일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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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작가는 많은 고민을 한다. 한 장의 힘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변화시키거나, 적어도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현실 세계를 촬영하는 것이니 작가의 고민의 답 또한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작가는 끊임없는 고민 끝에 이미 있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어떻게 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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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자세히 보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봐야지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은 관측자에 따라 달라진다. 관측자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담고 있다. 결국 사진이란 정해진 대상을 찍지만, 그 대상을 통해서 나를 찍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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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를 '순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도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카메라가 참 묘한 기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노출 시간을 조절하여 피사체를 담아내는 기계이다. 빛을 다룬 다는 점에서 사람이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IR 카메라가 있다. 일반 카메라로는 어둠뿐인 곳을 IR 카메라로 촬영하면 그 어둠 속에 있는 대상을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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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시간을 조절한다는 것은 좀 더 묘하다. 지정한 시간에 대한 장면을 하나의 사진으로 나타낸다. 10분을 노출하면 10분 동안의 시간을 한 사진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의 '순간을 담아내는 도구'에서 '순간'이라는 개념을 확장하니 의미가 다르게 바뀐다. 카메라는 '시간을 담아내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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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대해 잠깐 고민했을 뿐인데도 이렇게나 의미가 달라졌다. 저자의 말만 따나 '자세히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민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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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

 

- 마르셀 프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