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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바야흐로 2023년, 넷플릭스가 『삼체』를 영상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것이 나와 삼체의 첫 조우였다. '이체 문제(Two-body problem)'를 자주 다뤄왔던, 발가락 하나쯤은 궤도쟁이인 나로서, 『삼체(Three-body problem)』라는 제목은 본능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책에 대해 찾아보니, 중국인 작가가 쓴 하드 SF 소설이자 문화대혁명이라는 묵직한 역사를 비판적으로 담아냈고, 심지어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까지 수상했다고 한다. 훌륭한 제목에 역사적 배경, 그리고 권위까지 덧씌워지니, 약간의 호기심이 숙명처럼 거대해졌다. 그렇게 2024년, 영상화된 드라마가 화려하게 개봉했지만 나는 트렌드를 역행하며 미뤄두었던 원작 소설의 첫장을 펼쳤다. 장편 SF는 낯선 영역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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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는 것을 말했다
이탈리아 출장길, 기내에서의 여정을 함께해 줄 텍스트가 필요했다. 본래 그 역할은 작년부터 지난하게 읽고 있던 류츠신의 『삼체 3: 사신의 영생』의 몫이어야 했으나, 애석하게도 집에 두고 오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비행기 탑승 전 시간적 여유가 넘쳐 기내에서의 여정을 함께할 동료를 찾아 서점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역사 관련 인문서를 기웃거리던 찰나,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소설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이다. 평소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은 가뭄에 콩 나듯 보는 채널인데, 그 흔치 않은 시청 기록 중 이 책에 대한 소개가 퍽 흥미로워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 있었던 까닭이다. 과연 이토록 협소하고 제한적인 공항 서점에 해당 서적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직원에게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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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Yearbook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졸업식의 나는 화려한 해방감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채, 현실만큼은 열심히 외면하고 있더랬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 했던가. 졸업과 동시에 거대한 시작점에 놓인 기분이었다. 그동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30년은 자의든 타의든 시작점에 섰을 때 목적지 또한 명확했다는 점이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언제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어떻게'를 고민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졸업식에서 마주한 시작점은 명확한 목적지도 없는 주제에 너무나 광활했다. 졸업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었더니 그건 사실 뒷동산이었고, 그 뒤로 정상이 보이지 않는 더 거대한 산들이 즐비한 막막함이었다. 이 막막함은 마치 튜토리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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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가시
-눈먼 손으로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나는 미소 지었지.이토록 가시가 많으니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삶을 어루만지며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돋아 있었지만, 그러나,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장미와 가시인가를. _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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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
- 감독과 제작진이 만든 레이싱 영화라고 해서 달려간 영화관. F1의 규칙을 전혀 몰라서 조금 걱정했으나, 이런 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해설진들의 친절하고 박진감 넘치는 설명 연출과 내용이 직관적이고 쉽다는 점이 불편함을 많이 감쇄시켜 주면서 F1 규칙의 이해를 돕고 레이싱 장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다만 아무래도 레이싱은 X/Y-축만 사용하기 때문에 Z-축도 활용하는 만큼 웅장하진 않았으나, 나름의 속도감과 그에 걸맞은 엄청난 사운드는 역시 같은 감독이구나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좋았다. 참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감독 같다. -" 희망은 전략이 아니야 "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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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큰 기대 없이 슈퍼맨을 보게 되었다. 특히 의 핸리 카빌 형님의 멋짐과 잭 스나이더의 액션 연출을 꽤나 좋아했기에, 이 둘이 모두 없는 이번 슈퍼맨에 대한 기대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사전 서사는 쿨-하게 자막으로 넘겨버린 점, 슈퍼맨의 압도적인 무력을 과감하게 너프해버린 점, 디씨에서는 다소 약하게 느껴졌던 영웅의 고뇌 등등이 굉장히 마음었고 재밌었다. 특히 가오갤 특유의 분위기가 디씨에서 느껴지니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 부모님 영상 틀어드릴까요? "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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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최근 대선이 있었다. 대선 시즌답게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으레 그렇듯 후보 얘기, 누가 대통령이 될지, 누굴 뽑을 건지 같은 대화가 오간다. 역시나 으레 그렇듯 대부분의 반응은 "뽑을 사람이 없다", "다 별로다", "차악을 골라야지" 같은 이야기다. 실제로 대선 토론을 보면 유치한 말싸움을 하고 있더랬다. 이런 모습을 쭉 보면서 문득,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보통 '정치' 하면 떠오르는 건 비방, 음모, 여론 조작 같은 이미지이다. 상식 있고 논리와 이성을 갖춘 사람들이 이러한 진흙탕 싸움을 견디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예컨대, 대기업 회장과 대통령 중 하나를 시켜준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대기업 회장을 고를 것이다. 결국 정치권에 남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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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타이베이] 어떻게 취두부 냄새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대만 여행 3일차는 그 유명한 국립고궁박물원을 돌아보는 날이다. 과거 유럽 미술관 투어 때의 교훈을 떠올리며 도슨트 투어를 신청했다. 박물원 매표소에서 가이드님과 투어 일행을 만나서 박물원에 들어갔다. 워낙 보관품이 많기 때문에 주요 유물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했는데, 이 박물원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어떻게 이 많은 걸 빼돌릴 생각을 했으며, 또 어떻게 성공했냐는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건 특정 유물보다는 도장마(圖章魔) 건륭제의 무수한 인증들이 인상 깊었다. -점심은 박물원에 있는 식당에서 동파육을 먹으려 했으나, 현금이 부족해서 시내로 가서 인출 후에 근처 식당에서 먹었다. 일본 골목을 연상시키는 곳에 위치한 식당이었고, 굉장히 현지 사람만 갈 것 같은 식당이었다. 로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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