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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U S I C A L

레베카

 

나 | 민경아

막심 드 윈터 | 류정한

댄버스 부인 | 옥주현

잭 파벨 | 이창민

벤 호퍼 부인 | 최혁주

베아트리체 | 류수화

가일스 | 최병광

프랭크 크롤리 | 홍경수

벤 | 김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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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옥베카의 노래를 듣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뮤지컬 '레베카'.

 

코로나19로 인해 고민을 잠시 했지만 너무 보고 싶었기에 그냥 갔다.

 

충무아트센터는 처음 가보는데 첫인상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특히 굿즈를 판매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레베카 굿즈도 별로 없고,

 

레베카와 전혀 관계없는 다른 공연의 굿즈를 함께 진열해서 판매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코로나19로 사달 나기 쉬운 장시간의 실내 공연이여서 그런지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와 손 세정제가 구비되어 있었고,

 

공연 관람 시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서 권고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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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구경을 하고 있으니 입장 안내가 흘러나와 바로 입장했다.

 

공연장은 평범했는데 내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왼쪽에는 한국말을 엄청 잘하는 일본인 아줌마.

 

뒤쪽에는 왼쪽 아줌마의 친구이고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일본인 아줌마.

 

앞쪽에는 오페라 글라스가 아닌 밀리터리 쌍안경을 들고 온 젊은 여성.

 

오른쪽에는 나와 동시에 입장해서 공연 시작까지 부동자세를 유지하는 과묵한 젊은 남성.

 

이런 화려한 동료들과 함께 관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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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아주아주아주 좋았다.

 

류정한과 민경아는 더빙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는데,

 

특히 민경아의 옥구슬 같은 노래가 순진한 주인공 '나'에 아주 잘 어울렸다.

 

아쉬웠던 점은 류정한의 목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았다ㅠ

 

옥베카는 등장하는 장면에서부터 소름이 돋았는데,

 

앞으로의 내 뮤지컬 역사에서도 손꼽을만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참을 입 벌린 채 넋 놓고 구경할 정도로 너무너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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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인 측면을 보자면 아쉬운?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나'는 왜 막심 드 윈터의 곁을 지키지 않고, 대령을 따라 병원을 직접 방문했으며,

 

도대체 레베카는 왜 그렇게 막심 드 윈터를 증오했을까?

 

원작에는 나와있을까 싶어 검색도 해보았지만 딱히 나와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해봤는데

 

내용이 너무 가해자(?)의 입장으로 기술된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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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나'의 회상으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

 

'나'가 갖는 레베카에 대한 내용은 주변 사람의 입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특히 '나'가 사랑해 마지 않는 막심 드 윈터의 일방적인 주장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댄버스 부인이 말하는 레베카의 묘사를 들어보면,

 

레베카는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죽음 마저 스스로 선택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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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너무 과한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막심 드 윈터의 말처럼 레베카가 방탕하고 타인을 기만하는 삶을 살았다 할지라도,

 

막심 드 윈터 또한 좋은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전쟁 버전으로 생각을 해보면,

 

레베카가 순진하고 착한 여성인 줄 알고 결혼했지만 그게 아니니까 사달을 내고,

 

새롭게 만난 순진하고 착한 여성인 '나'를 발견하자 바로 작업 들어가더니 게 눈 감추듯 보쌈해버린다.

 

그 후에 '나'를 자기 취향에 맞춰 키우고, 마지막에는 저택까지 태워버리면서 과거 세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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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내 순진한 모습을 보이는 '나' 또한 뭔가 뒤가 찜찜한 인상이 있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나'는 베아트리체와 함께 '여자들만의 힘'을 부르면서 각성(?)을 하게 된다.

 

그렇게 각성한 '나'는 레베카의 물건을 싹 치워버리면서 진정한 맨덜리의 안주인으로 거듭난다.

 

나아가 막심 드 윈터의 멘탈 케어를 시작하면서,

 

재판장에서는 위기에 몰린 막심 드 윈터를 구하기 위해 쓰러진 척 연기까지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이 후 막심 드 윈터는 잭 파벨의 협박을 비롯한 다양한 위기 속에서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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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증인으로 나온 벤은 시종일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나'가 했던 가장 이해가 안 되는 행동으로는

 

레베카의 진실일 밝히기 위해 병원에 직접 방문하려는 대령을 '굳이' 따라간다는 점이었다.

 

막심 드 윈터의 곁에서 멘탈 케어를 하던 '나'가 왜 갑자기 직접 먼 길을 나선 걸까?

 

이건 너무 나간 걸 수 있지만,

 

최후에 레베카의 진실을 막심 드 윈터에게 전하는 건 '나'이고, 이후 대령은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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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음모론 같은 이야기기 때문에 추후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이쯤 오니 악역으로 나오는 댄버스 부인만이

 

이 작품에서 가장 진실되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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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 뮤지컬, <레베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