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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하고 유명한 사피엔스를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봤던 책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였다. 두 책 모두 끝까지 읽진 못했다. 이 두 책은 초반부터 내용의 큰 줄기를 알기 쉽게 명시하고 그에 따른 가지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나는 이런 전개를 별로 안 좋아한다. 결말을 중요시하는 나는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것들은 전개가 엄청 흥미롭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 보다가 포기해버린다.
사피엔스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빌드업해가면서 내용을 전개한다. 인류의 시작부터 현대 인류의 모습까지 천천히 말이다. 때로는 위트 있는 비유를 사용하고, 때로는 잔혹한 사실을 명시하며 진행되는 책은 마치 동네 똑똑한 형의 썰 풀이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까지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나아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은 내 지식도 짧고, 너무 오랜 시간 천천히 읽었기 때문에 완전히 소화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냥 느낌을 말하자면 생물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신기한 건 내가 읽다 말았다고 했던 <총, 균, 쇠>와 비슷한 이미지로, <총, 균, 쇠>의 최신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인류의 발전사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동감이 되는 부분도, 다소 어색했던 부분도 존재했지만 새로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책의 결말을 알고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겠다.
1. 인류는 언어를 통해 공통의 허상을 만들고 그것을 믿는 능력이 있는데, 허상의 대표적인 예로 종교, 제국, 화폐가 있다.
2. 인류의 기술은 발달하고 있지만 그것이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것은 아니다. 중세 시대 노동자와 비교해도 현대 인류가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3. 인류는 항상 고상한척해왔지만 사실은 하나도 고상하지 않으며 이는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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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
- 책, <사피엔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