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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가시
-눈먼 손으로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나는 미소 지었지.이토록 가시가 많으니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삶을 어루만지며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돋아 있었지만, 그러나,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장미와 가시인가를. _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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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
- 감독과 제작진이 만든 레이싱 영화라고 해서 달려간 영화관. F1의 규칙을 전혀 몰라서 조금 걱정했으나, 이런 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해설진들의 친절하고 박진감 넘치는 설명 연출과 내용이 직관적이고 쉽다는 점이 불편함을 많이 감쇄시켜 주면서 F1 규칙의 이해를 돕고 레이싱 장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다만 아무래도 레이싱은 X/Y-축만 사용하기 때문에 Z-축도 활용하는 만큼 웅장하진 않았으나, 나름의 속도감과 그에 걸맞은 엄청난 사운드는 역시 같은 감독이구나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좋았다. 참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감독 같다. -" 희망은 전략이 아니야 "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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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큰 기대 없이 슈퍼맨을 보게 되었다. 특히 의 핸리 카빌 형님의 멋짐과 잭 스나이더의 액션 연출을 꽤나 좋아했기에, 이 둘이 모두 없는 이번 슈퍼맨에 대한 기대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사전 서사는 쿨-하게 자막으로 넘겨버린 점, 슈퍼맨의 압도적인 무력을 과감하게 너프해버린 점, 디씨에서는 다소 약하게 느껴졌던 영웅의 고뇌 등등이 굉장히 마음었고 재밌었다. 특히 가오갤 특유의 분위기가 디씨에서 느껴지니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 부모님 영상 틀어드릴까요? "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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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최근 대선이 있었다. 대선 시즌답게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으레 그렇듯 후보 얘기, 누가 대통령이 될지, 누굴 뽑을 건지 같은 대화가 오간다. 역시나 으레 그렇듯 대부분의 반응은 "뽑을 사람이 없다", "다 별로다", "차악을 골라야지" 같은 이야기다. 실제로 대선 토론을 보면 유치한 말싸움을 하고 있더랬다. 이런 모습을 쭉 보면서 문득,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보통 '정치' 하면 떠오르는 건 비방, 음모, 여론 조작 같은 이미지이다. 상식 있고 논리와 이성을 갖춘 사람들이 이러한 진흙탕 싸움을 견디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예컨대, 대기업 회장과 대통령 중 하나를 시켜준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대기업 회장을 고를 것이다. 결국 정치권에 남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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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타이베이] 어떻게 취두부 냄새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대만 여행 3일차는 그 유명한 국립고궁박물원을 돌아보는 날이다. 과거 유럽 미술관 투어 때의 교훈을 떠올리며 도슨트 투어를 신청했다. 박물원 매표소에서 가이드님과 투어 일행을 만나서 박물원에 들어갔다. 워낙 보관품이 많기 때문에 주요 유물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했는데, 이 박물원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어떻게 이 많은 걸 빼돌릴 생각을 했으며, 또 어떻게 성공했냐는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건 특정 유물보다는 도장마(圖章魔) 건륭제의 무수한 인증들이 인상 깊었다. -점심은 박물원에 있는 식당에서 동파육을 먹으려 했으나, 현금이 부족해서 시내로 가서 인출 후에 근처 식당에서 먹었다. 일본 골목을 연상시키는 곳에 위치한 식당이었고, 굉장히 현지 사람만 갈 것 같은 식당이었다. 로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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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타이베이] 어떻게 취두부 냄새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일정상 가장 여유로워야 할 3일차 아침이 밝았지만 전혀 여유롭지 않았다. 전날 훠궈집에 지갑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날 투어 가이드님께서 대만 사람들은 땅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는다고 지나가듯 해주신 말씀을 믿고 희망의 끊을 놓지는 않았다. 훠궈집 오픈 시간에 맞춰 부리나 달려갔다. 그 와중에 가는 길에 있는 유명 도넛집 에 아내를 세워두고 혼자 달려갔다. 놀랍게도 가이드 선생님의 말대로 우리의 지갑은 그대로 있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가뿐한 마음으로 버블티를 하나 사들고 줄 서있는 아내에게 향했다. 잠시 후 도넛을 먹을 수 있었는데 대-존-맛이었다. 도넛으로 애피타이저를 하고, 시먼딩의 유명 맛집 에서 굴전과 무떡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굴전의 식감이 굉장히 독특했는데, 내 스타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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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타이베이] 어떻게 취두부 냄새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이틀차 아침이 밝았다. 이날은 대만 타이베이 여행의 대표 상품인 투어를 예약한 날이다. 아침 일찍 집합이었기에 숙소 근처 24시간 운영하는 평점 높은 우육면 집인 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당은 정말 완벽했다. 맛있고, 싸고, 24시간에, 숙소 근처라 접근성도 좋고. -식사 후에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근처 제과점을 갔는데 굉장히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자리 안내를 하더니 시식 풀코스와 우롱티를 내왔다. 간단한 요기 혹은 구경만하고 나오려 했던 우리는 너무나도 황송한 대접에 기념품 겸 펑리수를 사버리고 말았다. 맛있었지만 넘모 비쌌다. -예상치 않게 생긴 짐을 숙소에 두고 투어 집합 장소로 향했다. 하루 2버블티를 하기로 한 우리는 가는 길에 에서 버블티도 한 잔도 챙겼는데 개인적으로 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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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가는 마음에게
-어려서는 손 붙들고 있어야 따신 줄을 알았는데이제는 곁에 없어도 당신 계실 줄을 압니다. 이제는 내게도 아랫목이 있어,당신 생각만으로도 온 마음이 데워지는 걸.낮에도 달 떠있는 것 아는 듯이 살겠습니다. 그러니 가려거든 너울너울 가세요.오십 년 만에 훌훌, 나를 내려 두시고. 아까운 당신. 수고 많으셨습니다.아꼬운 당신. 폭삭 속앗수다. _제주 도동리, 오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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