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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미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을 대상으로 미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강연이었다.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연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해당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는 미학 관련 추천 서적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추천서 중 하나였다. 몇 가지 추천서 중에서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흥미로운 예시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온한 것들' 아닌가.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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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은 '미(美)와 예술을 철학으로 다루는 학문'이라고 한다. 책은 이런 미학적인 관점에서 네 가지 불온한 것들, 위작, 포르노그래피, 나쁜 농담, 공포 영화에 대해 설명한다. 네 가지 불온한 것들은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이기에 익숙하지만, 미(美)도 예술도 철학도 문외한인지라 꽤나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행히도 제목에서 예상했던 저자의 배려는 실제 했고, 더 나아가 문장과 어휘 또한 간결하게 풀어 쓰였기 때문에 걱정과 달리 읽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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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저자의 배려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간헐적이고 장기적으로 책을 읽게 되다 보니 기억에 남는 내용도 이해한 내용도 거의 없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책은 대학교 전공 수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처음은 쉽게 쉽게 이해하면서 넘어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복잡하고 난해해진다는 점이 그랬다. 하지만 생소한 분야에서 오는 색다름 만큼은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재밌는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미학이라는 주제와 사유방식이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꽤나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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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아는 것 같은 현상도 따져나가다 보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
- 이해완, <불온한 것들의 미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