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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해질 대로 나태해져서 스스로의 나태함에 놀라워질 때 즈음이면 한 번씩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의 내가 게임 캐릭터였고, 실제의 나는 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 캐릭터가 이렇게 나태하게 살도록 내버려뒀을까? 예컨대 이런 것이다. 오른손으로 글을 쓰는 게 스킬이라고 한다면, 내 캐릭터는 오른손 글쓰기 스킬의 숙련도는 굉장히 높고 왼손 글쓰기의 숙련도는 낮을 것이다. 그럼 나는 캐릭터인 나에게 왼손 글쓰기의 숙련도를 높이도록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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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망상을 하다가 도달하는 결론은 결국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참 쉽다는 것이다. 내가 게임에서 캐릭터에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듯 나에게도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면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할 줄 알고, 타인에게 상냥하고,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아끼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등등.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로 흔하디흔한 사실을 그저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 어려운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 뜻을 관철시키는 것. '이번 한 번만'을 용납하지 않을 용기와 의지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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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생각을 뒹굴거리면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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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