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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은 후,
다낭의 랜드마크인 해수관음상이 있는 영흥사로 떠났다.
영흥사에는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서 갔는데
택시 기사가 젊은 허준영을 닮아서 반가웠다.
허준영은 내 친구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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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은 시간에 가는 거라 돌아올 때의 교통 편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젊은 준영이는 늙은 준영이와 달리 눈치가 빨랐다.
영흥사에 도착하니 젊은 준영이는 나에게 언제쯤 돌아가냐고 물었다.
내가 2시간 후에 돌아갈 것 같다고 하니 기다리겠다고 하더라.
팁을 엄청 줘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됐지만
먼 타지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이기에 기꺼이 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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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사는 특이하게도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주 Young한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대충 알아본 바에 의하면
베트남 전쟁 당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흥사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즈넉한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해수관음상이 바라보는 풍경은
절로 시 한 편이 쓰고 싶어지는 그런 것이었다.
▲ 영흥사에 있는 흔한 분재의 모습. ▲ 해수관음상
▲ 해수관음상이 바라보는 풍경. ▲ 영흥사에 사는 흔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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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사를 뒤로하고 젊은 준영이를 만나러 갔다.
주차장에서 잠깐 헤매다 보니 젊은 준영이가 뛰어왔다.
그렇게 다시 택시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원래는 점심에 못 갔던 식당을 가려고 했는데
점심에만 잠깐 여는 식당이어서 새로운 곳을 찾아야만 했다.
젊은 준영이에게 맛집을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고 해서 구글에 의지했다.
쌀국수집을 하나 찾아서 들어갔다.
쌀국수와 분짜를 시켰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관광객이어서 그랬는지
음식에 고수가 들어있지 않았다.
▲ 쌀국수를 먹기 위해 찾은 식당. ▲ 쌀국수와 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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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후에는 간단하게 술을 마시러 갔다.
마침 숙소 근처에 루프탑 바로 유명한 호텔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호텔에는 실전 근육을 보유한 형님들이 가드로 있어서 입구에서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결심을 굳히고 쫄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당당한 워킹으로 다가가니
형님들이 친절히 안내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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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상당히 썰렁했다.
전세를 낸 느낌으로 자리를 고르는데
고독한 늑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구석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아웃사이더의 본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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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메뉴판에 적혀있는 가격들은 나를 더욱 썰렁하게 만들었다.
내 예상보다 공이 하나 더 붙어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택시 기사 형님이 일깨워줬던 금전 감각에 잠시 오류가 왔다.
불행하게도 쥐꼬리만큼 남아있는 가오 때문에 칵테일과 안주 하나를 시켰다.
안주로는 마른 고기라고 적혀있는 걸 시켰는데
점원이 가지고 오더니 손으로 북북 찢어 줬다.
덕분에 먼 타지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때 먹은 술 한 잔과 안주 하나가 다낭 여행 중에 먹은 음식 중 가장 비쌌을 것이다.
맛은 제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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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무대에서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2보컬 체재를 갖춘 공연팀이 익숙한 팝송을 연주했는데
도저히 못 들어주겠기에 도망 나왔다.
그리고 이게 다낭 여행 중 유일하게 안 좋은 기억이 되었다.
▲ 노보텔 루프탑 바 Sky36의 모습. ▲ 바에서 바라본 야경.
▲ 한강을 떠다니는 유람선. ▲ 2보컬 체재의 공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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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복귀 후
다음 날 일정을 살펴보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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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