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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의, 식, 주를 말한다.
이 영화는 의, 식, 주. 즉, 삶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미소>는 의, 식, 주가 제한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씨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겹겹이 레이어드한 옷을 입고,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졌지만 본인을 위한 요리는 하지 못하며,
정해진 거처가 없기 때문에 떠돌아다닌다.
이런 그녀에게는 의, 식, 주는 포기해도 포기하지 못하는 세 가지가 있다.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서 이 세 가지는 그녀의 안식처로써 등장한다.
그녀는 세상이 주는 차가운 압박 속에서,
주변 친구들의 압박 혹은 부러움을 견디고
본인만의 안식처를 지키기 위해 삶을 포기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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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후기를 보면 따뜻한 영화, 아름다운 영화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아마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본인만의 안식처 속에서 살아가는 미소의 모습 때문이리라.
그런데 내가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은 따스함과 아름다움이 아닌, 불편함과 답답함이었다.
왜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세상은 가만히 있는 자를 도태시키는 것일까.
인간은 인간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기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위해 또 다른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들은 과연 우리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을까.
끊임없이 경쟁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앞을 향해 달려나가야 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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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공학 분야 큰 이슈 중 하나에는 케슬러 효과(Kessl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는 NASA 소속 과학자인 도널드 J. 케슬러가 제기한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저궤도의 우주 쓰레기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충돌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또 다른 우주 쓰레기가
다시 우주 쓰레기를 낳으면서 더 이상 우주 탐사가 불가능해진다는 시나리오이다.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지구에 가둬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기준들이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
아니면 우리를 가두는 결과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기준을 따른다고 해서 기준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봤을 때
그들에게도 그 기준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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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오는 미소의 친구들은 모두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며,
그렇지 않은 미소를 부러워하거나 같아지길 강요한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친구들이 모두 불행한 것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앞서 설명한 것의 반대의 의미로 강요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의 답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면 불행으로 이어지니 스스로의 안식처를 찾으라고 강요하는 것같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인생을 살기위해 노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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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 많네.."
-영화, <소공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