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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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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이 너무 힘들어서 세계 일주를 했다는 원제 스님이 쓴 책이다. 일단 책의 표지를 보면 남자는 등으로 말한다는 느낌을 주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거기에 손으로 갓을 엣지있게 잡고 있는 모습은 스님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흑백 사진을 볼 때면 책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듯 착각을 일으키며, 이러한 바람을 표현하듯 여리여리한 굵기의 제목이 초록색과 만나 대조적인 인상의 표지를 완성시킨다. 특히 띄어쓰기로 인해 대칭이 될 수 없는 제목의 구조를 자간 조절을 통하여 억지로 맞춰주는 모습은 이 스님이 범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책의 내용은 불교의 전문용어들이 다수 사용되다 보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 가는 부분들이 다수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내용, 고통은 선악을 행한 사람이 아닌 분별하는 사람이 받는다는 내용, 가르침은 기다린다고 해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내용, 사람은 보고 싶은 걸 본다는 내용, 사람은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내용, 용기란 편안함을 버리고 무지와 불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공감 가는 내용들이 원제 스님이 배웠던 혹은 격었던 혹은 느꼈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서술된다. 

 

원제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자면 이러한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 나의 상황, 나의 고민, 나의 불안, 나의 고통, 나의 행복 등, 모든 것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비움으로써 이 모든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다. 여기서 받아들인다는 건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것이 변하듯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것이다. 그러니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저 머물고 떠나는 여행객처럼 대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나를 비우고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되고 열심히 찾고 있던 답은 질문이 멈춰짐으로써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원제 스님이 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평생을 가도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다지 실용적이진 않다. 여기서 많은 것들을 공감하고 배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원제 스님이 말하는 삶을 살기에 나는 너무 세속적이고 속이 좁고 편협하며 자존감은 낮은 주제에 자존심만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기했던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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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경전에 나오는 말이고...

그거 말고 니 얘기를 해봐. 니 얘기. "

 

- 책,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