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재미를 깨닫고 얼마 안 있어서
친구들과 유럽으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저예산으로 가는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영국에서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그때 봤던 뮤지컬이 레미제라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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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뮤지컬만을 수십 년간 공연해온
전용 극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기대가 됐다.
하지만 여행의 피로 때문이었을까?
공연의 감동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간에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너무나도 쪽팔려서
함께 본 친구들에게 잠들지 않은 척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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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군대에서 복무 중이던 나는 영화를 볼 수 없었다.
바야흐로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고, 복학도 하고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차고 넘쳤음에도 불구하고
봐야한다는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비로소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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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처음 10분가량 보다가 깨달았다.
이것은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을 위해 영화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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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깊은 여운을 남기고 끝이 났다.
장발장은 노래를 불렀고
영화는 묻고 있다.
'Who am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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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화는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소설이나 뮤지컬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영화로 만들어진 레미제라블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말이다.
중요한 건 어떠한 매체를 사용하든
한 번쯤은 레미제라블을 접하면 좋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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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 am I "
- 영화 <레 미제라블> 중에서